"재고 털자"…엔데믹에 자전거 업계 '휘청'

입력 2024-02-15 17:42   수정 2024-02-23 15:50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특수를 누린 국내 자전거 시장이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수요 감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범용 자전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물론 로드바이크 등 고성능 자전거를 앞세워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온 수입 자전거 업체도 시장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생산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업체별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자전거업계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수입 ‘빅4’, 가격 할인 경쟁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시장 매출 1위인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매출 1068억원에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첫 적자다. 토종 2위인 알톤스포츠도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6.9% 감소한 426억원에 그쳤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자전거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자전거를 새로 타는 유입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체감상으로는 작년 하반기 이후 판매 대수가 코로나19 시기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와 함께 국내 자전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른바 ‘빅4’(자이언트, 스페셜라이즈드, 트렉, 스콧) 수입자전거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수입자전거업계 관계자는 “1000억원 이상이던 빅4 브랜드의 국내 연간 매출이 지난해 반토막 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전년 대비 한 자릿수 매출 감소면 선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자전거 수입액은 1억6600만달러(약 2226억원)로 전년 대비 21% 쪼그라들었다.

수입자전거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격 할인 행사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에는 1500만원 안팎의 자전거도 물량 확보가 안 돼 못 팔았는데 올해는 10~30% 할인 판매로 재고를 처리하는 상황”이라며 “콧대 높은 해외 업체들이 전부 할인에 들어간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유 모빌리티가 수요 흡수
팬데믹 기간에 폭증한 수요가 감소한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수요 확장의 한계를 지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단활동이 어렵던 기간에 자전거에 관심을 둔 소비자들이 대부분 구매를 마쳤고, 엔데믹 이후 실내·단체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야외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장점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2015년 이후 미세먼지 문제로 고전하던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는 2020년 매출을 각각 38.7%, 43.9% 늘리며 흑자 전환했다. 이듬해까지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부터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따릉이 등 공유모빌리티 확산도 업계에 악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전기자전거 플랫폼으로 생활 자전거 수요가 흡수됐다”며 “그나마 중저가 제품을 공유모빌리티에 납품할 수 있는 국내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외 업체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엔데믹으로 인한 자전거 수요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세계 자전거 판매는 전년 대비 30만 대, 2020년 대비 490만 대 줄어든 1억3950만 대로 추산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자전거 업계의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28년까지 5년간 1.6%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는 위기 돌파구로 전기자전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이달 말 신제품 82종 가운데 전기자전거로 17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동주 기자 djdd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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